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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호] 1960년 제1회 홍릉제 - 서울상대 대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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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가 보다 충실하게 작성될 수 있도록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증언해 주신 장종록(경제 57학번), 문학모(경제 58학번), 유장희(경제 59학번), 채수강(경제60학번) 동문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1960년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상대 구내에서 제1회 홍릉제(洪陵祭)가 열렸다. 홍릉제는 대학축제의 명칭으로, 학교(성북구 종암동) 가까이 있는 홍릉(洪陵,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이름을 빌린것이다.

홍릉제 기간 중에는 체육대회, 문학의 밤, 음악감상회, 카니발(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축제 첫날인 10월 28일에는 체육대회, 경제학자의 밤과 문학의 밤 행사가 진행되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체육대회는 축구, 농구, 테니스, 탁구 예선전이 있었는데 각 종목에 학년별, 학과별 팀 대항 경기를 가졌고, 경기가 끝난 후 태권도부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또 오후 5시에는 학생연구회 주관으로 <경제학자의 밤> 행사를 개최했고, 문우회(文友會)에서는 서울대 본부 강당에서 <문학의 밤> 행사를 했다. <문학의 밤>에서는 시, 수필 등 문학작품 낭독에 음악까지 곁들였는데 상대뿐 아니라 고려대, 이화여대에서도 찬조출연했고, 객석에는 문리대, 법대생들도 다수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체육대회 예선전을 계속하고, 저녁 때는 상대 본관 뒤편, 학생회관 2층에 있는 뮤직홀에서 음악감상회를 가졌다. 이 시간에는 진행자가 선곡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해설도 곁들이고, 참석자들의 신청곡을 받기도 했다.

10월 30일에는 오전 10시부터 30분간 개막식이 거행되었다. 개막식에는 학장과 서울대 본부 학생처장이 참석했고, 졸업생 동문들도 다수 참석하여 자리를 같이했다. 당시 학생회장 하기성 동문(경제 58학번)은 개회사를 통해 홍릉제 기본정신 5개 항으로 ①우리는 신세대의 선구자이다 ②낭만을 찾자 ③자유민주정신을 수립하자 ④사회정의실현에 입각한 참여정신에 투철하자 ⑤학문을 사랑하자 등을 발표했다.


개막식을 끝내면서 참석자들은 모두 <홍릉제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홍릉제 정신을 더욱 고취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으로 허유 동문(경제 56학번)이 작사하고, 박웅서(경제 57학번) 동문이 작곡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향상의 소나무 숲 우거진 뜰에 / 용솟음쳐 살아온 우리의 젊음 / 지혜와 낭만과 더 큰 기개를 / 마음껏 펼쳐보라 꽃피워 보자 / 즐겨라 청춘을, 높이 들라 이상을 / 홍릉제 타는 횃불, 상대 건아여”


개막식이 끝난 후 졸업생 동문들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동창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이후 재학생 축제에도 참가하여 선후배 간에 우의를 돈독히 했다. 오후에는 체육대회 결승전과 바둑대회, 장기대회가 있었다. 오후 8시부터는 향상림(교정 내 소나무 숲) 앞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본격적인 카니발이 펼쳐졌다. 유장희(경제 59학번) 동문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의 전반에는 독창, 2중창, 춤, 기악연주, 단막극 등 장기 자랑이 있었고, 후반에는“김광수와 그의 악단”이 연주하는 가운데 패티김, 로라성 같은 가수들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객석에서는 학생회 측에서 마련한 순곡 막걸리가 돌아 분위기를 흥겹게 했다. 또 당시 남학생 일색이었던 종암동 캠퍼스에 여대생 애인들이 많이 참가하여 분위기가 화사해졌다.


본 행사가 끝난 후 학생들은 잠시 교정에서 뒤풀이를 하다가 다음날 새벽 3시에 횃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파고다공원으로 행진했다. 민족 자유정신의 성지인 파고다 공원에서 참가자들은 봉화를 올리고, 우리 민족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추념과 홍릉제 결의문 낭독을 한 후 새벽 5시에 홍릉제 폐막식을 가졌다. 홍릉제 결의문에는 “우리 학생들은 젊은이들의 낭만을 찾고, 청춘을 구가하며, 젊은 기백으로 나라를 지키고 부흥시켜 나갈 것이다.”라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횃불 행진 때 한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홍릉제 기간 중 학교 본관 건물에 붉은 오렌지색 바탕에 열정과 지성과 젊음을 상징하여 도안한“홍릉기”를 내걸었고, 횃불행진 때도 이 기를 앞세우고 행진했는데 관할 경찰서에서 이를 불온한 행사로 보고 잠시 문제를 삼기도 했다. 또 11월 1일자 모 일간지에서 학생들이 “인공기”를 들었다느니 횃불 데모를 했다느니 하는 보도가 나갔다. 이에 관할 경찰서에서는 “우리가 횃불행진을 지켜봤지만 불온한 행동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1960년대 대학축제 

당시 우리 대학가에 축제(Festival)는 다소 생소했다. 1956년 10월 신흥대학교(경희대학교 전신)에서 제1회 대학제가 열린 이후 다른 대학에서 간헐적으로 학원제, 대학제 등의 대학축제가 개최되었지만 본격화된 것은 1960년부터였다. 1960년 이전 각급 학교의 학생 자치기구로 학도호국단이 있었다. 그러나 이 학도호국단은 중앙학도호국단 산하에서 관료적이고 준군사적으로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학문적, 사상적 자유와 자치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다. 이에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던 터에 1960년 4∙19 혁명이 성공하자 학생들은 학도호국단 해체를 강경히 요구했고, 정부(허정 과도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5월 3일 학도호국단을 해체했다. 이후 서울대 각 단과대학에서는 즉시 학생회를 조직하고 학생회장을 선출했으며, 5월 23일에는 서울대 총학생회까지 구성했다.


학생 혁명의 성공으로 대학가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데다가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강화되자 각 대학들이 본격적인 대학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서울상대가 가장 먼저 홍릉제를 개최했다. 홍릉제는 학생회가 주관했지만 그중에서도“상대월보(商大月報)”팀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상대월보는 1958년 12월 10일 창간되었는데, 창간 직후부터 대학 축제를 추진하여 홍릉제 개시 전인 1959년 7월 1일자 월보에“홍릉제 제정을 제청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기도 했다. 홍릉제라는 축제의 명칭은 이 때 이미 정해졌고, 축제 준비의 시동도 걸어 놓은 셈이다.


1960년대 학생회가 조직되자 상대월보는 곧 바로“홍릉제”기획과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상대월보 주간은 장종록 동문(경제 57학번)으로 이 축제를 기획하고 이끌었다. 행사 예산은 약 200만원으로 당시 화폐단위로는 상당한 금액이 책정되었는데, 여기에 상대 동창회와 이정재 초대 동창회장, 박두병 제2대 동창회장(OB그룹 회장) 등 선배들이 큰 금액을 후원했다. 참고로“상대월보”는 홍릉제 개최 후 “상대신문”으로 제호를 변경했다.


이 시기에 다른 대학들도 대학축제를 가졌지만 초기에는 마라톤, 쌍쌍파티, 메이퀸(여왕) 선발대회(여학교의 경우) 정도로 프로그램이 단순했고, 홍릉제처럼 다양한 행사를 벌인 경우는 드물었다. 다만 60년대 후반에 들어 외부인사 초청 학술대회, 발표회 등 학술제의 성격이 추가되었고, 70년대에 들어서 학술제, 예술제, 체육대회 등이 더해져 대학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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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는 상과대학 홍릉제가 처음이었고, 그 후 1961년 5월 농과대학에서 상록(常綠)문화제, 1962년 5월 문리과대학에서 학림제(學林祭), 공과대에서 불암제(佛巖祭), 10월 사범대학에서 청량제(淸凉祭), 11월 법과대학에서 학술제를 잇달아 개최했다. 그리고 1963년 이후 약학대학, 치과대학, 의과대학, 미술대학, 음악대학 등에서 축제를 가졌고, 가정대학은 가장 늦게 1970년에 축제를 시작했다.


이들 단과대학별 축제는 대부분 1974년까지 개최되다가 1975년 관악캠퍼스로 집결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대신 1975년 10월 15일 개교기념일에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제1회 ‘대학 축전’이 열렸고, 그 후 몇 해 더 계속되다가 나중에는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상과대학 홍릉제도 그 후 매년(주로 10월) 개최되다가 1974년 제15회 홍릉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018년과 2019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경제학부 학생들이 모여 합동체육대회(설경전)를 연 것이 홍릉제 부활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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