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호] G7회의 이후 세계경제 질서와 미·중 갈등 / 이 근(경제 79학번,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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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회의 이후 세계경제 질서와 미·중 갈등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과 디지털세로 미·유럽 단합, 중국견제
트럼프가 불러들인 보호무역주의, 미·중 갈등, 코로나 팬데믹 등 연속되는 소용돌이속에서 세계경제가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지가 혼란의 시기였다면, 바이든이라는 새로운 숙련된 리더십이 등장하고, 백신 효과로 코로나가 일정 수준 통제되어가는 가운데, 최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회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태동을 알렸다.
즉 트럼프 이전에는 자유방임 세계화 즉, 가장 비용이 싼 곳에서 생산하여, 가장 세율이 낮은 곳에서 세금을 낸다는 공식이었다면, 이번 G7회의는 ‘콘월 컨센서스(합의)’라는 이름으로 ‘규범에 기반하되,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무역과 경제시스템’의 구현을 주창하였다. 새로운 규범의 핵심은 최저 법인세율의 국제적 공조와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이다. 보호무역주의는 모두 다패자(敗者)가 되는 네거티브 섬 게임이기에 당연히 자유무역을 회복하여야 한다고 하나, 이 새 콘월 컨센서스의 내용은 과거 소위 신자유주의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무역 및 자본 자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워싱톤 컨센서스’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들을 담고 있다. 가령, 최저법인세율을 쇼핑하는 자유로운 자본이동에 대한 견제가 들어가 있다.
특히, 미국이 주장하는 법인세 공조를 유럽이 받아들이고, 유럽이 주장하는 디지털세를 미국이 받아들이는 역사적 타협을 이룬 것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과 유럽 간의 일정한 반목을 거두어들이는 것이고, 이는 중국이라는 공통의 경쟁상대를 의식하였기에 가능하였다. 전 세계적 중국 견제의 연대가 시작된 것이고, 이는 중국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국면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국제지정학적 변화도 새로운 질서의 한 중요한 측면이다. 실제로 필자가 한국대표로 참여한 ‘G7 경제회복력 패널’의 합의문이나 여러 G7 문건에는 노동 규범, 환경 규범, 디지털 규범, 국영기업의 역할에 대한 언급 등이 많이 나오고 이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확연하다.
그러면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답은 트럼프가 기대했던 전면적 디커플링(脫同調化)은 불가능하고, 대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GVC(Gloval Value Chain)에서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미국 중심 GVC를 구축하는 부분적 디커플링이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드론, 풍력발전, AI, 우주탐사 등에서 선두권의 경쟁력을 구축하였다. 다만, 반도체는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서방 독점성 때문에 단기간에 추격을 완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중국이 서방과는 다른 독자적 기술경로로 추격을 해올 것이나 이는 10년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런 면에서 미국의 의도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바이든이 중국과의 부분적 디커플링을 현실적 목표로 설정 달성하고, 중국도 반중국 전선의 확대로 몸 조심을 하면서, 양국간의 공존 속 경쟁이라는 새 틀에 동의하여 간다면 한국으로서 파국을 피하는 차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즉, 중국의 GDP가 2030년대 초반에 미국을 넘어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중국 주도의 G1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영국보다 커진 후 60년 이후에야 팍스 아메리카가 도래하였다. 더구나 인구 면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커지는 역전이 예상된다는 것은 향후 100년이 양 강대국 공존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은 개발독재 및 민주화의 함정을 넘어서야 한다는 내부 문제가 더 큰 과제이다. 즉, 미국의 중국 견제보다 이 내부 모순이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불확실성이다. 로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국은 외부와의 싸움보다는 내부 문제로 더 어려움을 겪거나 붕괴하였다. 특히 재정 적자의 악화가 변수이고, 이점에서 미국 중국 모두 자유롭지 않다.
■ 이 근 부의장
2019년 6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 되었고, 지난 1월 부의장이 되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며, (사)경제추격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2월‘G7 경제회복력 패널 회의’(온라인 화상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했다. 이는 6월에 있은 G7 정상회의에 대비하여 글로벌 경제회복 등 주요 경제현안을 논의하고 ‘콘월 컨센서스’를 작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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