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호] 왜 동반성장인가 /정운찬(경제 66학번)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작성자 정보
- 편집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889 조회
본문
정운찬 이사장
자본주의는 전례 없는 번영을 인류에게 안겨주었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혁신이 일어나 경제는 발전했으며 인류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도 자본주의 국가로서 6.25전쟁을 이겨내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21세기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면서 한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문화강국까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중반까지 7˜8%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에는 김영삼 정부 6%, 김대중 정부 5%, 노무현 정부 4%, 이명박 정부 3%, 박근혜 정부 2%로 5년 임기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1%씩 추락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한국은 이미 저성장기에 진입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양극화는 우리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5%, 상위 10%가 47%를 차지하는 데 비해, 하위 90%는 53%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의 소득과 하위 90%의 소득합계가 6%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또한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부동산 가격급등으로 이어지고 자산 양극화를 악화시켰다.
나는 동반성장이 한국사회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결할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동반성장이란‘더불어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이 동반성장을 좌파적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나는 동반성장이야말로 진정한 중도적 정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경쟁이 우파의 가치이고 평등이 좌파의 가치라면 나는‘평등한 경쟁’을 원한다.
평등한 경쟁은 공정한 과정이지 평등한 결과가 아니다. 문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납품기업 교체로 이어지는 대기업 행태에서 엿보이듯이 우리사회 일부에서 공정한 경쟁 제도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저성장과 양극화 해결을 위해선 중소기업의 혁신적 기술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제도가 사회전역에 확립되어야 한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급속히 진행된 글로벌화는 생산 공장의 해외이전, 부품공급의 세계화를 가속화하여 공급체인을 다변화시켰다. 평평한(flat) 국내외 시장에서는 누구나 싸고 품질 좋은 부품과 제품, 서비스를 구하려 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이미 글로벌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적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경제적 격차는 커진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격차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1990년도 후반부터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는 심각한 수준까지 벌어지고 있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고통 받는 한국사회에서‘동반성장’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치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고 경쟁은 공정하다고 느껴지며, 무엇보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질 때, 더불어 잘사는 사회는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는 상당정도의 성장을 확보하면서 양극화를 완화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혁신적 중소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여 혁신기술을 개발해서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맹자가 말한‘항산항심론(恒産恒心論)’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백성들에게 의·식·주가 넉넉할 때‘변하지 않는 도덕심’은 저절로 함양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를 완화하고 성장의 가치를 공유하여 모두 함께 잘살 수 있을 때, 국민 모두가 남을 배려하고 서로에게 관용하며 스스로 앞장서서 건강한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성숙한 시민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나는 동반성장이 가장 합리적인 해답이라고 믿는다.
■ 항산항심론(恒産恒心論)
백성들이 먼저 항산(恒産), 즉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보장되고 그들의 경제적 기반이 안정되면 저절로 예의범절을 지키고, 서로 관용하고 용서하는 변하지 않는 도덕심, 즉 항심(恒心)을 갖게 된다는 뜻. 맹자는“의(義)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이(利)를 먼저 극대화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경제적으로 더 부유해질수록 민주주의가 더 잘 지속될 수있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정 이사장은 최근 동반성장의 원리를 집약한 저서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을 출간했다. (29면“동문신간안내”참조)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