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호] 정치가 교육을 흔들면 국가의 미래 무너진다 / 이영선 (경제 66학번, 전 한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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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전 총장
필자는 서울상대, 즉 국립대를 졸업했다. 돌이켜 보면 참 어렵던 학창 시절 비교적 저렴한 등록금과 또 간혹 장학금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정부가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바탕으로 유독 국립대만 지원하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가 대학을 설립하고 지원하여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고 학문을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 그리고 전국민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립대를 국가가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아니하는 것은 사립대의 교육은 국가에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일까? 분명 그건 아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를 국가가 모두 충당할 수 없으니 민간이 자원을 동원하여 사립대학을 설립하게 한 것이고, 이 사립대학들이 지금껏 국립대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대학교육을 책임져 온 것이다. 물론 사립대들이 과도하게 난립하면 교육의 질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니 정부가 대학의 정원을 통제하고 교육의 질을 감독하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10여년 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공약하고 나섰다. 사실 이 공약은 사립대를 어렵게 하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국립대는 등록금 수입을 국고에 넣고 이 액수에 상관없이 정부가 필요한 세출예산을 책정해 주는 대로 쓰면 되는 반면, 사립대는 몇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등록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을 공약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지난 13년간 모든 대학들의 등록금이 동결되어 왔다. 그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을 연간 최소 2%만 잡아도 대학 등록금 총액의 실질가치는 이미 30%정도 줄었을 것이다. 지금 사립대학은 10여년 전에 비해 실질적으로 30% 정도 적은 예산으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해야 하니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평가하는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지표에 따르면 2011년 전세계 39위였던 우리나라의 대학경쟁력은 2018년에는 49위로 크게 하락하였다.
물론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대폭 늘린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는 10년전 국가예산에서 약 4조원을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책정하고 또 대학들로 하여금 자체 장학금을 마련하도록 강하게 유도하였다. 그 당시 대학의 등록금 수입총액이 약 21조원이었는데 국가장학금과 대학자체 장학금을 합하면 대략 5조 내지 6조는 되었을 것이다. 이 경우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적어도 20%는 경감된 것이고 여기에 13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실질가치 감소를 더하면 대학 등록금의 학생 부담률은 이미 50% 정도 경감된 셈이다. 문자 그대로 반값 등록금이 이미 달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등록금을 이제는 인상해도 된다고 말하지 아니한다.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사립대학들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제 대학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일을 시작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은 교육을 정치에서 분리하는 일로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가 교육을 망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교육을 초당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국민적 운동이 필요하다.
■ 이영선 전 총장
이영선 동문은 경제학자이자 대학 총장을 지낸 교육자이기도 하다. 1976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 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다. 1981년 연세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동 대학 통일연구원 원장, 국제대학원 원장, 국가관리연구원 원장을 지내고 2008년 3월 자리를 옮겨 한림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중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한국비교경제학회 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개성공단 포럼, 한국경제학회 회장 등 학회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2012년 3월 한림대학교 총장을 퇴임한 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포스코 이사회 의장, 코피온(COPION) 총재,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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