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호] <꼰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출간 / 박장호(국경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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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호 (국경 85)
현시대 우리나라 사회를 관통하는 key word를꼽으라면,‘ 라떼는...’이라는 말일 것이다.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섭렵한 역전의 용사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약간은 자부심과 약간은 아쉬움이 표현된 발어사와 같은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경청해 주기를 원한다. 간혹 메모를 하거나 빨간펜을 긋는 후학(後學)이 보인다면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될 수도 있다. 그런 후배나 부하직원이 있을까?
박장호 동문은 그런 회상들을 엮어 책을 냈다. 제목이 재미있다. <꼰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인생을 나름 열심히 살아온 이 시대의 중추세력이 ‘꼰대’로 치부되어 폄하되는 상황을 박동문의 인생관에 따라 적은 글이다. 그동안 매일경제, 아주경제, 서울대 동창회보에 기고했던 글들을 작가의 시각에 해학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책 속에 ‘쪼다와 석가모니’라는 글이 있다. 얼핏 보면 전국 사찰의 스님들이 놀랠만한 제목이다. 박동문에 따르면, ‘쪼다’라는 말은 고대 인도의 왕족이자 석가모니의 4촌 동생인‘조달(調達)이’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조달이’는 원래 이름 ‘제바닷다’를 한자로 음역한 이름인데 그는 ‘샤카족으로서 크게 깨달은 자’ 곧 석가모니를 시기하고 해치려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천하의 대웅(大雄)인 석가모니와 경쟁하려 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시해하려 한 ‘조달이’를 폄하해서 ‘쪼다’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종이로 만든 짱돌’이라는 글에서는 종이가 돌멩이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요즘 시대에 범람하는 sns는 잘못 쓰면 독화살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칼에 베인것보다 말에 베인 것이 더 아프듯이 sns의 한마디에 상처가 더 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이 책에 박 동문은 청동기 시대 암각화를 덧붙여 놨다. 그의 한 지인이 우랄 알타이 지역을 10여년간 다니면서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를 탁본하여 수집해 왔는데 그 지인의 흔쾌한 협조로 얻은 암각화를 책에 곁들인 것이다. 그래서 글과 그림을 같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청동기 시절 북만주 시대에도 꼰대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장호 동문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대학원 재학중인 1989년 행정고시(33회)에 합격하여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 행정의 말초 기관에서 야생을 경험하고, UNDP의 연수생으로 벨기에에서 한달간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때 세상에 대한 눈을 약간 뜨게 되었다 한다. 이후 국무총리실로 자리를 옮겨 한 때 OECD파견 근무도 하면서 총 26년 간 공직생활을 했다. 2015년 국장으로 퇴직하여 현재는 연세대 객원교수와 삼정KPMG회계법인의 고문으로 있다. 또 지난 2020년 7월부터는 우리 동창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박 동문은 3년전인 2019년 8월에도 <커피와 크라상>이라는 재미있는 책을 낸 바 있다. 서기관 시절 OECD에서 근무할때 튀르키예(터키) 파견 나온 공무원 친구로부터 들은 세계 역사와 서구문화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확인차 직접 답사도 해보고 책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때 터어키 친구가 하는 얘기와 파리 생활에서 체험한 것들을 모아 이 책을 낸 것이다.
커피는 이디오피아에서 발견되었지만 이슬람에서 음료로 발전되어 전쟁터까지 가지고 왔다가 투르크가 도망칠 때 버리고 간 것을 유럽인들이 전리품으로 챙겨 유럽에 전파된 것이라 한다. 또 크라상은 비엔나성(城) 제빵사가 만든 것으로 오스만 투르크가 비엔나 성을 포위했다가 패주하는 것을 기념하여 만들었는데 (투르트족을) ‘십어 먹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한다. 우리가 해외 여행서 조찬으로 먹는 커피와 크라상, 즉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는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야만적이면서 가장 정치적인 식사라는 것을 이 책에 적고 있다. 박 동문은 국무총리실에서 퇴임할 때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개발협력국장을 했는데 이 때 아시아와 남미에 원조관련 회의를 참석하면서 느낀 황당한 일들, 세계사 교과서에 다루고 있지 않은 재미있는 일들도 이 <커피와 크라상>에 녹아 들어 있다.
박 동문은 20대에 이 세상 일을 좀 더 알고서 세계로 나갔으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게 세상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번 <꼰대…> 책을 지었다고 한다.
20대 홍안의 청년이 꼰대로 진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모태로부터 있던 꼰대 DNA가 세월이 흐르면서 터져 나오는 것일까? 하여튼 재미있는 화두를 담은 책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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