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호] 피터 드러커를 전공한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상학 6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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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와 대담하는 고 이재규 교수(오른쪽)



대구대학교 총장을 지낸 고 이재규 동문은 1947년 4월 경북 대구에서 출생하여 2011년 8월에 작고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생애에 그는 대기업의 경영인이었고, 교육가였고,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드러커 연구의 대가였다. 아울러 음악 애호가였고, 98권의 책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했다. 그의 섭렵은 경영학에 머물지 않고 역사, 문화, 예술 등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올해 10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생애와 업적을 살펴본다.


이재규 동문은 1966년 대구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대 상학과에 입학하여 1970년에 졸업했다. 그 해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했고, 1973년 영진약품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영진약품 재직 중인 1980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대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전직했다. 대구대 교수로 있으면서 경북대대학원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3년 대구대 총장이 되었다가 2005년에 퇴임했다.


이 시기에 미국 볼링그린 주립대와 포틀랜드 주립대 객원교수로 강의했고, 대구은행, 화성산업, 영원무역, 삼익THK 등 기업의 사외이사, TBC 대구방송의 비상임이사, 태창철강의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한편으로는 한국산업경영학회 회장, 한국인사조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등 학회 활동도 활발하게 했으며, 한국드러커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 동문은 상대 재학 시절 피터 드러커의‘경영의 실제’와‘기업의 개념’을 읽고 그에게 매료되었다. 1982년 1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친 뒤 학자의 길에 들어

서면서 본격적으로 드러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2년 말 그의 저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번역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 있는 그의 자택을 방문했다. 이 때 그의 서가에 책보다 더 많은 클래식 음반이 서재에 꽂혀 있어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2004년까지 매년 만나 경영과 역사,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했고, 2005년 11월 그가 타계했을 때 추도식에도 다녀왔다.


그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시작으로 드러커의 저서 <경제인의 종말>, <경영의 실제>, <프로페셔널의 조건>, <단절의 시대>, <넥스트 소사이어티>, <마지막 통찰>, <21세기 지식경영>, <미래의 결단> 등을 번역했다. 또 이 교수 자신의 저서로 <피터 드러커의 인생경영>, <청소년을 위한 경영의 역사>, <이미 일어난 미래>, <어떻게 살 것인가>, <문학에서 경영을 만나다>, <발칸, 시간이 멈춘 곳>, <무엇이 당신을 만드는가> 등을 저술했다.


이 교수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경북고등학교 재학 중에 클래식 음악에 매료되었고, 서울상대 재학 중에는 홍릉제(대학 축제)에서 푸치니의〈토스카〉중에서“별은 빛나건만”, 조르다노의 <페도라>중“금지된 사랑”, 나운영의“달밤”등을 불렀을 정도였다. 2008년에는“Talk & Tenor Recital”이라는 제목의 연주회를

열어 지인과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열창을 했다.(이 연주회는“생전 영결식”이라는 숨은 의도로 준비된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2009년 연말 CEO 자선음악회에서 는 푸치니의〈투란도트〉중“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이수인의“내 맘의 강물”을 부르기도 했다. 그의 저서 중에는 <CEO를 위한 클래식 음악 에피소드>, <모차르트인 오스트리아>, <모차르트를 읽는 CEO>, <모차르트와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베토벤을 읽는 CEO> 등 음악적 주제의 저서가 여러 권 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에도 심취했다. 1984년 처음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한 이래 단체 여행이나 가족 여행으로, 때로는 혼자서, 그리고 그보다는 아내와 함께 더 많이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면서,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과 르네상스 문화와 역사를 연구했다. 아내와 함께 또다시 토스카나 지방에 한 달간 머무르 며 곳곳을 여행한 뒤 <이탈리아의 꽃, 토스카나에서 예술을 만나다>를 집필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2011년 8월 8일 영면했다.


하지만 이 책은 1년 뒤인 2012년 8월 부인 이선희 여사에 의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장소가 이 교수와 함께 직접 답사한 곳이기는 하지만 자료를 찾아 책을 뒤지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서 원고를 보충했다고 한다.

이선희 여사는 이화여대 가정대학과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25년간 대구에서 이화유치원을 운영했다. 또 한 대구공업대학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면서 <아이들, 그 하얀 캔버스 위에>를 저술했다.


이재규 교수는 타계하기 전 2년여 동안 미국의 소리방송(Voice of America, VOA)에도 출연했다. ‘역사에서 배우는 경영’을 주제로 한 달에 2~3 차례씩 미국 본사에 국제전화로 녹음을 하면, VOA에서는 이를 적절히 편집하여 매주 말 우리말로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 귀중한 자료가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그의 녹음 내용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선희 여사가 이를 정리하여 2012년 8월에 책으로 펴 냈다.

책의 제목은 <이재규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경영학>으로 출간되었다. 작고할 당시 이미 출판사에 보내졌던 책“미래는 어떻게 오는가”에 이어 그의 98번째이자 마지막 저서가 되었다. 그의 마지막 저서에 이선희 여사가 쓴 머리글에서 그의 치열했던 삶과 이 여사의 살뜰했던 내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 지난 해 8월 8일 남편은 11개월의 투병생활 끝에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주변에 투병 사실을 일체 알리지 말라시며, 이십여 차례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중에도 강의를 하고 책을 썼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가 안타까워 할라치면‘책을 쓰고, 강의하는 것이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해 말릴 수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해마다 만나면서 가르침을 받았던 피터 드러커 교수는 95세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남편도 은연중에 드러커 교수님을 닮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황망하게 남편을 보내고 그분이 쓰시던 컴퓨터의 파일을 하나 하나 열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는 90여권의 저서, 번역서 원고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고, 앞으로 쓰고자 한 자료들이 모아져 있었습니다. 그 중 <VOA 모음>이라는 파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파일 맨 앞에는 머리말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머리말을 보면서 남편이 그 파일들로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했었다는 것을 알고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95권의 책을 내는 동안 곁에서 자료를 찾아 주며, 타이핑을 도와 주고 교정해 주면서 경험했던 것을 살려 그 분의 생전을 떠 올리며 이 책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는 1993년 전경련에서 출판문화상, 1998년과 1999년 대구대학에서 학술상과 우수연구상, 2005년 10월 정부로부터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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