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호] 중국의 시선(詩仙) 이태백의 명시 감상 / 강보원 (경제 58, 전 ㈜미창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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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李太白, 701~762)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두보(杜甫)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본명은 이백(李白)이나 자 태백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의 집안은 간쑤성[甘肅省] 룽시현[隴西縣]에 살았으며, 아버지는 서역(西域)의 호상이었다고 전한다. 출생지는 촉나라(오늘날의 사천성)이고, 어린 시절을 촉나라에서 보냈으나 남성적이고 용감한 것을 좋아한 그는 25세 때 집을 떠나 양쯔강[揚子江] 주변의 장난[江南] ·산둥[山東] ·산시[山西] 등지를 편력하며 한평생을 보냈다.
필자는 2014년 어느 날 이태백의 시 정야사(靜夜思)를 읽었는데 그 시상(詩想)과 시의 표현이 그 때까지 읽었던 다른 시와 무척 달랐다. 그의 시는 호탕하고 활달했다. 필자는 그 때부터 도서관에서 이태백 시집을 읽기 시작하여 그 후 8년 간 시 감상에 열성을 다했다. 이 지면을 빌어 그의 시 몇 수를 함께 감상해보기로 한다.
한 때 이태백은 황제의 측근에서 궁중시인으로 재직하였으나 어느 날 퇴직하라는 명을 받고, “행로난(行路難, 인생길 어려워라)”이라는 시를 지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관리가 되어 평생의 이상(理想)인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실현하기 위해 위기를 극복해 갈 것을 다짐했다. 지난 2014년 국가주석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두 나라가 함께 항해하면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것을 확신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국가 주석 후진타오도 방미 시 이 시를 인용했다. 중국 지도자들이 간결한 문구에 깊은 뜻이 있는 한문시를 연설문 등에 자주 인용한다. 이 시는 중국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行路難 行路難 多岐路 今安在
長風破浪會有時, 直掛蕓帆濟滄海
인생길 어려워라 인생길 어려워라
갈림길 많으니 지금은 어디에 있는 건가
큰 바람 타고 파도를 넘는 날 반드시 있으려니
높은 돛 곧게 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
이태백은 중국 땅의 반 이상을 유람했다. 특히 안휘성(安徽省) 선성(宣城)지방을 수차 방문하여 명주를 빚는 양조가 기(紀)씨와 술을 즐겼다. 기씨가 세상을 떠나자 “술 잘 빚는 기씨를 곡하다(哭宣城善酿纪叟)”라는 시를 지어 애도했다. 기씨가 죽은 후에도 술을 계속 빚는다고 가정하고 “무덤 속에는 술 사랑하는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팔 것인가” 하는 이치에 맞지 않는 상상을 했다.
紀叟黃泉裏 還䧹釀老春
夜臺無曉日 沽酒與何人
황천 가신 기 늙은이
아직도 노춘주를 빚으리라
무덤 속에는 이태백이 없으니
술을 누구에게 파시려 하오
당나라 과거제도는 일반인의 응시 기회가 적고 합격률이 낮아 그는 과거시험 대신 유력인사의 천거를 받아 권세의 길인 관리가 되고자 했다. 저명한 문장가이자 중경(重慶) 지방 최고행정장관인 이옹(李邕)을 방문하여 자신의 우수한 문학재능과 경세제민의 평생이상을 설명하고 천거를 간청했지만 냉담했다. 20세 청년은 당당한 자세와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시 “상이옹(上 李邕, 이옹께 올림)”을 지어 아쉬움을 달랬다.
世人見我恒殊調 聞余大言皆冷笑
宣父猶能畏後生 丈夫未可輕年少
세상 사람들 나를 보고 늘 뛰어나다 하면서도
내 호언장담 듣고는 모두 냉담을 짖네
공자께서도 후생을 두려워하라 하셨으니
대장부는 젊은 사람 무시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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