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호] 부동산투기 방지의 대안, 토지임대부주택 / 유종오(무역 80학번, 인성회계법인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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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 20대 대 선에서 부동산투기 문제만큼 뜨거운 쟁점도 없었다. 몇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아파트 가격과 개발업자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준 “대장동 사건”으로 무주택자, 특히 청년들이 느끼는 고통과 절망감은 매우 크다. 선거운동 기간 이재명, 윤석열 등 주요 후보들이 모두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주택공급방식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정책제시는 없었다.
이런 마당에 서울시에서 토지임대부아파트를 다시 공급한다고 나섰다. 한때 주목을 받았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라져버린 토지임대부아파트 제도를 다시 생각해 본다.
부동산투기의 본질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문제 해결 없이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미래로의 진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부동산투기를 잡으려면 어떤 방안이 좋을까? 부동산 투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투기는 불로소득을 목적으로 한다. 땀 흘리는 노동,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이 아니라, 가격상승에 베팅하여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주식투자도 일부 투기성이 있으나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와는 다르다. 부동산 투기는 주택의 건물부분이 아닌 토지를 대상으로 한 땅 투기이다. 건물은 매년 감가상각되어 가치가 줄어들지만 토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투기대상이 되는 것은 건물이 서 있는 부지, 즉 토지라는 말이다. 토지는 다른 상품과 달리 썩지 않을 뿐 아니라 공급이 절대 제약된 특별한 재화다. 토지에 대한 수요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증가하고, 집중될수록 커진다. 도시에 고밀도 개발, 초고층건물이 생겨나는 이유다.
아파트가격 대부분은 땅값
부동산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땅값이다. 실제 사례로 살펴보자.
국토부가 공시하는 아파트공시가격(토지∙건물 포함)과 해당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 42평형)를 사례로 살펴보자. 2006년 기준 아파트 공시가격은 12.8억원, 부지의 개별공시지가(전용면적 기준)는 8.45억원이었는데, 2021년 기준 아파트 공시가격은 26.48억원, 부지 개별공시지가는 22.59억원이다. 아파트 전체 가격대비 토지가격의 비중이 66%에서 85%로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아파트 거래시가는 45억원 내외다. 1977년 신축했으니 45년이 경과하여 건물부문의 가치는 거의 없을 것이고, 사실상 토지가치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예를 보더라도 부동산 투기의 대상은 결국 토지이며, 토지가격상승에 의한 불로소득을 노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거주자의 입장에서는 기본생활을 위한 것이라 하겠지만 어쨌든 불로소득이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동산투기를 잡으려면 땅 투기, 즉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을 잡아야 한다고 할 것이다.
토지불로소득을 막는 두 가지 주장
토지를 이용한 불로소득이 자본주의의 근본적 병폐라고 주장하며 그 해결책을 모색했던 두 경제이론가가 있었다. 저서 <진보와 빈곤>으로 유명한 미국의 헨리조지(Henry George)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의 저자 독일의 질비오 게젤(Silvio Gesell)이다. 이들은 지금부터 100년도 전에 활동한 진보적 경제이론가들로서 인류역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지속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를 토지 사유(私有)에 따른 불로소득, 즉 지대(地代)의 전유(專有)에서 찾았다.
토지는 인류 탄생 이전부터 존재하던 인류 공동의 재산이었다. 따라서 토지의 사유는 인류 역사의 어느 시기에 전쟁이나 권력에 의해 도둑질한 것으로 그들은 보았다. 그렇다고 현 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경제를 왜곡하고 빈부격차를 지속시키는 병폐라 보고, 이 불로소득을 없애는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헨리조지는 토지 불로소득(지대)을 모조리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토지단일세를 주장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또 질비오 게젤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토지를 현재의 시가대로 사서 국유화한 후 토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매방식으로 임대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그 임대료를 받아서 토지매입을 위해 발행한국채와 그 이자는 정부가 받은 임대료로 갚아나가게 되는데 이는 지금의 중국식 토지이용 모델과 같다. 이렇게 하면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이 제거되므로 자연스레 토지에 대한 투기와 그로 인한 불로소득의 문제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두 주장의 장단점을 논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다만 필자는 우리 현실에서 이 두 가지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즉 현재 토지와 주택(건물부분)에 부과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중노동의 산물인 건물에 대한 세금은 폐지하고, 불로소득의 대상인 토지에 대한 세금만 부과하여 토지보유의 실익을 없애자는 것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은 땅투기를 막는 주택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토지불로소득을 막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의 소유권은 공공기관이 갖고, 토지 위에 건설한 주택부분만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토지소유권을 공공이 보유하므로 땅 투기거래는 원천 차단된다. 하지만 토지에 대한 임대료가 적정한지에 따라 지상권 투기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땅에 대한 소유권을 공공부문이 갖는다 하더라도 그 수익권중 하나인 지상권에 적절한 임대료를 부과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불로소득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2009년경 ‘반값아파트’라 해서 크게 주목을 받다가 어느 순간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사라지고 말았는데, 법 제정과 통합, 폐기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다. 최초에 토지임대부주택에 관한 법은 2009년 한나라당 주호영의원 등이 발의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토지임대분양주택법)으로 제정되었다. 그런데 2016년에 주택법 개정과 함께 해당 법 내용을 일부 흡수하면서 폐기되고, 그 이후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은 중단되고 말았다. 법 시행 이후 2016년 폐기될 때까지 토지임대주택으로 실제 공급된 물량은 LH(대한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한 3개 시범사업지구(군포∙서초∙강남) 763세대였다. 그 당시 청약 미달된 군포부곡휴먼시아(2010년입주)를 제외하고는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서초(LH서초5단지, 2013년입주)와 강남(LH강남브리즈힐, 2014년 입주)은 청약경쟁률이 각각 8.5:1과 3.8:1로 높았고, 그 이후 이들 아파트는 2020년 실거래가가 분양가(1.5억~2.2억원)대비 6배 이상(13억원~15억원) 상승했다. 결국 2015년 이후 토지임대부주택 공급이 중단된 것은 그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토지임대분양주택법을 주택법으로 흡수할 때 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지원과 정부의 공급계획수립의무 등을 빼버렸고, 더구나 그 뒤 곧바로(2016년 말)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해당 법을 부활시키려고 시도하였으나 국토교통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LH공사의 반대의견으로 좌절되었다. 토지임대부주택사업은 토지대금을 장기간 회수할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 없이는 추가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토지임대부주택공급이 확대되려면
우선 LH가 토지를 개발한 뒤 민간에게 분양하는 사업을 접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대장동 사태도 결국 공공토지를 민간에 분양하면서 천문학적 불로소득이 특정 민간업자들에게 흘러가 부동산투기장이 되고 말았다. 일부 투기세력들이 뇌물과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토지분양을 독점하여 조 단위의 불로소득을 편취한 게 바로 대장동 사태였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공토지를 민간에 분양하는 대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그 위에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종부세 부담등으로 시장에 나온 민간토지도 공공부문에서 적극 매입하고 이에 필요한 정부의 재정 및 세제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건설업계에도 좋은 정책이다. 건설회사들은 노동을 제공하고 합당한 이윤을 가져가는 기업들이지 투기꾼이 아니다.
폐기된 토지임대분양주택법을 원래의 취지대로 살리고, 이에 대한 정부계획수립과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 토지임대부주택 소유자들이 또 다른 불로소득수혜자가 되지 않도록 토지임대료와 보증금을 최소 2년 단위로 시세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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