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호] 중국 및 중국경제에 대한 선입견-중국은 자본주의 국가? / 한재현(경영 88학번,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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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처럼 평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한 반면, 중국인들처럼 장삿속이 밝은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세계 3대 상인의 하나로 꼽힌 중국 상인들의 상술은 유명했다. 상인(商人)이라는 말 자체가 상(商)나라 사람이라는 말로, 상나라는 현재 관련 유물이 남아 있는 중국 최초의 왕조인 은(殷)나라의 별칭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상인 전통을 잘 알 수 있다. 역사적 우여곡절을 겪으며 1949년 사회주의 국가로 재탄생한 중국은 1979년의 개혁개방 이후 적어도 겉모습만으로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는 경제시스템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탄생한 것 중 하나가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 요소를 지속적으로 도입한 결과 중국은 이제 거의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이다’라는 선입견이다. 이것이 맞는 말일까?
우선 자본주의가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기초로 재화의 매매나 양도를 자유롭게 보장하는 경제체제라는 점에서 본다면 중국은 거의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라 할 수 있다. 사유재산 보호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2020년에 개장 30주년을 맞았다. 더불어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빈부격차, 기업 독과점 등의 폐해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영락없는 자본주의 국가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감안할 때 아직 중국은 완전한 자본주의국가라 할 수 없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자본주의의 외투를 입고 있는 사회주의국가라 하겠다. 중국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경제시스템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구별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 칭하는 데에서 이는 잘 나타난다.
첫 번째는 당(黨)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입법-사법-행정 기능을 총괄하는 당정(黨政) 국가(partystate)이다. 이렇게 당의 역할이 절대적인 체제하에서 경제정책은 당 중심의 집단의사결정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정치적 효율성이 경제적 효율성에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당의 영향력이 막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유지,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일당독재가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당과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최근 고초를 겪고 있는 알리바바(Alibaba) 그룹의 마윈(馬雲)회장 사태를 보면, 중국에서 압도적인 당의 지배력을 잘 알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여전히 중국경제의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국유부문의 영향력이다. 중국경제는 자원배분 과정에서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지만 어디까지나 국가의 거시적 조정이 전제되어 있는 체제이다.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주요 주체가 국유기업이다. 그 동안 중국의 국유기업은 정부 지원을 통해 주요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이나 은행·증권·보험업의 상위 5대 기업은 모두 국유기업이다. 문제는 이들 국유기업의 작동 내지 경영 방식이 민영기업과 달라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유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질 경우 당의 국가경제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유기업 개혁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현재 중국의‘사회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이란 시장의 효율성을 최대한 이용하되 한편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전파에 따른 일당독재 권력 상실의 위험도 피하겠다는 의도 하에 유지중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유지되어 왔으나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의문이라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서 중국정부가 유독‘중국 특색의 사회주의(Socialism with Chinese Characteristics)’를 강조하기 시작한 이유도 체제 유지에 대한 고민이 그 배경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한재현 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 입사하여 재임 중에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금융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어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동안 한국은행 기획국·총무국 조사역, 금융안정국·북경사무소과장, 조사국 중국경제팀 팀장을 거쳐 현재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은행에서의 중국 관련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해 <쉽게 배우는 중국경제>를 펴냈고, 지난 6월에는 <중국경제산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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