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호] 군사정부 시절 옥살이한 박성준 동문(경제 60학번) 재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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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동문



박정희 정부 당시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13년 간 복역했던 박성준 동문(전성공회대 교수)이 52년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지난 9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동문 측이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남파 간첩이 지식인과 대학생을 포섭해 정당을 조직하고 정부 전복을 기도하려 했다’고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박 동문은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13년간 복역하다가 1981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당시 중앙정보부 발표에 따르면 박동문은 서울상대를 비롯한 각 대학 기독교계 학생을 중심으로‘경제복지회’를 만들고, 회장으로서 모임을 이끌며 북한의 경제제도를 연구, 찬양한 것으로 되어 있다.


1968년은 그 해 1월 21일, 북한의 특수부대가 휴전선을 넘어 청와대 근처까지 기습한 1.21 사태가 발생한 해이다. 이 사태 이후 한국에는 ‘멸공태세 강화’와 ‘북괴 규탄’구호가 거세지고 있던 차에 이 사건이 발표된 것이다.

당시 발표에 의하면 통혁당은 1964년 3월 김종태(동국대 출신)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조직한 지하당으로, 무장투쟁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시키고 남한에 공산정권을 수립하는, 이른바 ‘민족해방 통일전선’결성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통혁당 지도부에는 <민족해방전선>과 <조국해방전선>의 양대 조직이 있었는데, 당시 신영복 동문(경제 59학번)이 <민족해방전선>의 ‘조직비서 및 학생지도책’을 맡아 8개의 대중단체를 조직, 통일전선 구축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성준 동문이 만든 경제복지회가 그 8개 단체 중에 하나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김종태 등 주모자 4명은 사형을 당했다. 신영복 동문은 1심과 2심에서 사형,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다음 해 그는 성공회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로 들어가 후에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장, 대학원장, 석좌교수를 역임하다가 2016년 1월 타계했다.

 

박성준 동문은 1981년 12월 출소 후 신학(神學)에 입문하여 한국신학대를 졸업하고 일본 릿쿄(굤敎)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성공회대 NGO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와 비폭력평화물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성준 동문의 부인이 제37대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여사다. 한 여사는 경제복지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1967년 박 동문과 결혼했는데 그 이듬해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형을 받은 바 있다.


통혁당 사건과 관련하여 박성준 동문은 “당시 신영복 교수에게서 책을 빌려 읽은 것뿐인데 자본론 등은 당시 반공법에 저촉되는 서적이었지만 지금은 문제될 게 없는 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어떤 사람은 내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였다고 하는데 나는 과거나 지금이나 어떤 이데올로기도 신봉하지 않는다, 조선노동당이나 통일혁명당 같은 조직에 가입한 적도 없고 포섭된 적도 없다”고 말한다. 또 박 동문 측(변호인)은 재심 심문에서 “유죄 인정 근거가 된 자백은 불법체포·감금, 가혹행위로 인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에서 “이제 와서 재심청구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박 동문은“그 동안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다시 생각하기도 고통스러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박성준 동문과 같이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했던 고 박경호 동문(문리대 정치학과 65학번)도 지난 7월 20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경호 동문은 박성준 동문과 공모, 비밀조직을 구성·가입하고 공산주의 서적을 발행·복사·반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그는 2007년 사망했고,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18년 그의 배우자가 박 동문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했던 것이다. 이 사건 재심 재판부는“피고인은 1968년 중앙정보부 수사관에 의해 적법한 영장 없이 연행됐고 불법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국가 존립의 안정과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고 반국가단체 이익에 동조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박성준 동문은 2008년 2월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길담서원”을 개설하여 4-50대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공간으로 운영해왔다. 각종 강좌와 세미나는 물론 연주회, 미술전이 열리고 있고, 카페와 도서실도 있다. 지난 해 3월 길담서원이 충남 공주로 이전한 후 “문화공간 길담”으로 개편,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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