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호] 서울상대인 스토리 / 국제금융센터 최재영 원장(경제 83)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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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플레이션, 세심한 통화·재정정책으로 대처해야”
최근 2-3년간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고율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되어 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은 그 동안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 왔고, 다른 나라들 역시 미국의 뒤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하여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으며, 금리 인상은 곧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곧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닥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에 편집자는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금융 전문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의 최재영 전 원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전 원장은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1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과장, 세계은행(World Bank) 선임전문가, 기획재정부 재정기획국장, 대통령실 기획비서관,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을 역임했다. 2019년 6월부터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맡고 있다가 지난 9월 퇴임했다.
1. 원장님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먼저 국제금융센터에 대해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설립 2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너무 몰랐고, 시장도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센터는 국제금융시장을 24시간 밀착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정책당국에 신속히 경보하여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여하여 주요 위험요인을 정책당국과 공유하고 시장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2.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주 원인은 무엇보다도 팬데믹 이후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려 높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강도 높은 통화긴축으로 돌아선 데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경제주체들의 실질소득과 구매력을 위축시키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고용과 성장을 위축시킵니다. 그리고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하락시켜 경제에 많은 고통을 주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이에 대응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기 전까지는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금리 통화정책은 수요 요인 만을 억제할 수 있을 뿐, 공급 요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칫 인플레이션은 잡지 못하면서 경기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그 동안 신뢰에 바탕을 둔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3. 일부 학자들은 오늘날의 금융시장 혼란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고 있습니다만…
오늘날의 금융불안과 ‘08년 금융위기 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의 과잉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투자가 성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일종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파생상품 투자가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일순간에 무너지면서 리만브러더스를 비롯한 대형은행들이 파산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미국발 신용경색이 전세계로 파급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반면 최근의 금융시장 혼란은 지난 40여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중 관계 악화, 유럽과 러시아의 충돌, 펜데믹으로 인한 국제사회 신뢰 약화 등 비경제적 요인들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 고인플레이션 체제가 장기화될 수 있는 변곡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관련 요인들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전까지 금융시장의 불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다만, 오늘날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직까지 ‘08년 금융위기에 비견되는 위기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4. 이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언제쯤 진정될 것으로 보시는지, 미국의 금리인상은 계속될런지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시기적으로 7~9월 사이 고점을 형성한 후 연말로 가면서 기저효과 등으로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완화되더라도 연말 기준으로 여전히 5~6%대를 상회하고,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 목표치 2%와는 큰 격차가 있어 통화긴축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에너지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예상에 비해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더딜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금리인상이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5.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높은 금리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문제점은 없는지요.
최근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만약 한국은행이 동반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외국인들의 자금이 유출되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물가는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에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가 많은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들의 채무가 부실해지고 그렇게 되면 대출해 준 금융회사가 부실해지고 나아가 금융시스템 및 실물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제 및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통화정책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며, 또한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한 재정정책을 통해 고통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서 다시 좋은 시절이 온다는 비전과 달성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최근 환율이 폭등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의 환율 급등을 위기라고 봐야 할까요?
최근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고금리 정책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값 상승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준의 추가적인 긴축 행보에 따라 달러 값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율이 급등하고 금리가 치솟는 현재의 상황이 금융위기로 발전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은 향후 국제금융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현재의 환율급등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며, 단순히 환율상승으로만 본다면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의 절대수준이 높아져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수입물가가 상승하여 국내 물가가 오르고, 취약기업의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등 위험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위기상황으로 급격히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7.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많은 나라들이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심각한 공급차질이 우려되면서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이 ‘자원 무기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소비국들이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르고 공급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비롯해 거의 모든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원 무기화’에 매우 취약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년 들어 8월까지 원자재 수입이 급증하여 무역적자가 247억달러에 달하는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자원 무기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관점이 아닌 안보의 차원에서 비축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우리나라가 ‘자원 무기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적절한 비축과 함께 안정적 공급처 확보에 주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자원외교를 강화해야 하고 해외 자원개발사업도 적극 확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8. 최근에 <환율비밀노트>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해 주신다면?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환율비밀노트>는 환율과 관련하여 그동안 제가 노트에 정리해 두었던 내용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집필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환율의 개념부터 결정방식, 그리고 어려운 파생상품까지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환율은 국가적 차원에서 위기관리 능력과 경쟁력의 척도이고, 기업과 개인의 관점에서는 소득과 재산의 변동을 가져오는 매우 중요한 경제변수입니다. 환율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가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이 책은 환율에 대해 많이 헷갈려 했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여전히 환율이 어렵다, 헷갈린다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네, 바쁘신 중에도 오늘 인터뷰에 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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