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호] 새마을운동, 왜 노벨상 감인가? / 좌승희(경제 67학번, 경제학 박사,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작성자 정보

  • 편집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d7064540035f84ab94c46299bdee64cd_1622516827_9611.jpg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하면서 언제쯤 한국도 제대로 된 노벨상을 한번 받을 수 있을까 관심이 높다. 기초과학계에서는 유망 과학자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 2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이라는 ‘한강의 기적’, 그리고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한국적 경제발전 전략이 진정한 노벨상감이란 사실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통 주류경제학은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고,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면 경제번영을 이룰 것이라는 명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의 현실 설명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1980년대 이후 ‘인센티브’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소위 행동경제학이 등장했다. 합리성이 결여된 현실의 인간은 자기가 처한 인센티브구조의 차이에 따라 경제적 행동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현실 인식인 셈이다.


노벨상위원회는 이 분야 연구에 대해 2002년, 2017년, 2019년 등, 연이어 노벨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필자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박 대통령은 이미 1960~70년대 수출육성 정책이나 중화학공업화 정책, 새마을운동 등에서 인센티브 차별화정책을 적극 활용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은 새마을운동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실험연구에 대해 수여됐다. 몇 개의 그룹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인센티브가 어떤 행동변화 효과를 가져오는지 실험해온 연구자들에 대해, 빈곤퇴치정책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을 수여했다. 이는 의학계의 임상실험 방식을 응용한 것으로‘무작위통제실험’이라 부른다.


비교 삼아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정책 설명을 들어보자.

“작년에 전국 32,000여개 부락에 대하여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농어민의 분발심(奮發心)을 일깨우기 위하여 지원을 해 본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둔 부락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부락도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일률적인 지원 방식을 지양하고 우선 금년은 그 대상을 절반으로 줄여 (성적이 좋은) 16,000여 부락에 대하여서만 지원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작년에 성적이 나쁜 부락은 전부 낙제, 유급을 시키고, 성적이 좋은 부락만 올려 이번 2차년도에 계속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금년 16,000여 부락중에서 잘하는 부락을 다시 가을쯤에 심사해서 우수한 부락에 대해서는 내년에 3학년생으로 진급을 시켜야겠습니다.


그리고 낙제한 부락 중에서 작년에는 성적이 나빴지만 그 동안에 분발을 해서 단결이 잘 되고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왕성한 부락은 다시 선정을 해서 내년에는 2학년생으로 진급을 시켜 금년에 지원한 정도로 지원해 준다, 거기서 또 실적이 나쁘면 낙제를 시키고 좋은 부락은 3학년생으로 진급을 시킨다, 작년에 진급한 3학년생을 다시 심사하여 4학년생으로 진급시켜 대폭적으로 지원을 한다-하는 것이 새마을운동에 대한 정부지원의 기본방침입니다.

왜 그렇게 해야 되느냐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농어촌을 일률적으로 지원해 본 결과 기대한 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지런하고 잘하는 부락은 우선적으로 도와주자, 이웃하여 있는 부락이라도 한 부락은 상당한 수준으로 소득이 증대되고 부락환경이 개선되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가 하면, 다른 부락은 아주 뒤떨어진 마을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일은 하지 않고 노름이나 하고 술이나 마시고 게으른 그러한 퇴폐적(頹廢的)인 농어촌을, 부지런히 일해서 잘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런 농어촌과 꼭 같이 지원해 준다는 것은 오히려 공평한 처사라 할 수 없습니다. 계속 성장한 부락은 조금만 더 지원해 주면 그 다음에는 정부에서 손을 떼어도 될 것입니다. 물론 뒤떨어진 부락들은 불평을 할 것입니다. 잘 한부락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게을러서 뒤떨어진 부락의 불평소리는 크게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불평에 귀를 기울일필요는없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습니다.”(1972년 2월 7일, 지방초도순시 후 경북도청유시)



d7064540035f84ab94c46299bdee64cd_1622517316_5459.jpg
 


새마을운동은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별화하는‘통제된 소득증대실험’이었다. 그 결과 1977년에는 고학년 자조·자립마을은 100%에 이르고, 저학년 기초마을은 사라졌으며, 도농(都農) 간 소득격차도 1974년부터 농촌 우위로 역전됐다. 새마을운동은 10년도 안 돼 3,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빈곤문제를 해결했으니 인류역사에 지울 수 없는 금자탑을 세운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경제적 (인센티브) 차별화 정책이 수출기업 지원, 중소기업 지원, 중화학기업 육성정책에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  자체가 한반도 남쪽 전체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실험장 밖에 있었던 북한의 상상을 초월하는“실패의 기적”을 감안하면 박정희 대통령의‘경제적 차별화 실험’은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통제된 경제발전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험 결과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운 남한은 모든 국민을 일으켜 세워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지만, 역으로 스스로 돕는 자를 부르주아라고 청산한 북한은 모든 국민을 주저앉혀 지구상 최악의 실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경제학 연구대상으로서 50여 년 전의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적은 최근의 행동경제학·실험경제학의 원조(元祖)로서 채굴을 기다리는 노벨경제학상의 노다지나 다름없다. 또 새마을운동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빈곤 퇴치와 지역사회개발 모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노벨평화상 자격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경제학계의 관심을 촉구하는 바이다. (졸저, 새마을운동, 왜 노벨상 감인가?, 청미디어, 2020, 참조)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