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호] 균형 잡힌 인생의 길 / 신경규(경영 79, 고신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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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점은 이세상에서 균형 잡힌 인생길을 걸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J. Paul Sartre)는 자신의 인생에 나태한 모습를 혐오한다. 그가 말하는 소외의 개념은“자신의 존재에 머물러 안주하는 즉자(卽自) 존재가 대자(對自) 존재에게로 나아가는것을 멈춘 상태”, 즉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포기하는 상태’를 의미했다.
한편, 독일 출신의 종교문화철학자 틸리히(Paul Tillich)에게 소외는“인간이 원래 유지해야 하는 균형에서 벗어난 불균형 상태”를 의미했다 틸리히는 인간존재의 근간이 구성하는 세 쌍의 양극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양극은“개체와 참여”(Individaulizationand Participation)라는 개념이다. 인간은 완전한 자아-중심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개체”이다 또한 개별적자아는 그의 환경 또는 그의 세계에 전적으로“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인간은 개체로 존재해도 불안하고, 집단 속에 참여해도 불안한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틸리히가 말하는 소외의 상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개체’가지향하는 대상에 몰두하던지, 아니면‘참여’함으로써 집단과 집단이 지향하는 것에 몰두하여 개체로 존재하는 데서 오는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 함께 있어야만 불안이 해소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주위에서 본다면, 혼자 있기를선호하는 내향적인 사람의 경우가 전자에 해당하고, 그룹을 지어 지내기를 즐겨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든지 이러한 내향성과 외향성은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을 야기하는 소외의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 있다. 종교학에서는 이를“궁극적인 존재”로부터의‘이탈’이라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이를 인간이 지닌 ‘죄’와 ‘죄성’ 때문이라고 한다.
두 번째의 양극은“역동성과 형식”(Dynamics and Form)이라는 개념이다. 존재는 그 존재를 파악하고 형성하는‘능력’에 힘을 부여해주는‘이성’, 그리고 그 이성을 부여하는‘구조’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형식”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든 그의 형식을 상실하면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형식은‘ 어떤 것’을 형성하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역동성”이다 형식을 가진 존재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려는“역동성”을 지니고있다 인간이 이성을 사랑하려는 욕구, 사람이든 재화이든 대상을 얻고자 하는 몸부림, 좀 더 나아진 현상에의 추구, 좀 더 나은 자신을 만들고자 하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현 상태를 벗어나려는“역동성”을 거슬려 현재의“형식”을 유지하려는 반작용 역시 가지고 있다. 현상을 유지하려는“형식”의 힘과 현상을 변화하려는“역동성”의 힘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 인간 실존의 모습이다. 이 역동성이“생동성”과 함께“지향성”(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해결이 쉽겠으나, 인간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인간의 문명이 어디로 흐르는지 자신들도 모르고 있다. 현상(형식)을 유지하는 데에도 희생이 필요하고, 역동성을 따라가는 데에도 기존 형식을 파괴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유교적 전통이라는 형식을 가진 한국 사회가 급변하는 기술,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기술변화의 역동성을 받아들이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을치러야 할 것인가?
틸리히가 지적하는 세 번째 양극은“자유와 운명”(Freedom and Destiny)이다. 자유는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구조적 요소이다. 인간은 죽음을 내놓을 정도로 자유를 열망한다. 그런데 이 인간은 언젠가는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 유한한 시간 안에 갇힌 운명을 지니고 있다.무한히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은 유한하다. 이것이 그에게 주어진 모순이다. 의미 있는 자유가 아니라면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을 맡겨야 하는 것이 인간 실존의 모습이다. 많은 경우 양극단으로 치우친다. 무한한 자유에 자신을 방기하던지, 유한한 운명을 체념하며 운명론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다. 자유만 추구하려니 재정적인 한계, 법과 질서가 막아서 있고, 운명에만 맡기자니 인생의 의미가 사라진다.
틸리히는 이러한 양극의 인생길에서 균형을 찾는 길을 제시한다. 그것은 인간이 창조자가 모든 양극의 균형을 이룬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데, 그것은 곧“궁극적 실재”(the Ultimate Reality)와 만남으로 가능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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