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호] 서영택 전 국세청장님 인터뷰를 읽고 / 이용이(무역 63학번, 전 영원무역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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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동창회보에 실린 “서울상대인 스토리 / 서영택 전 국세청장 인터뷰”를 읽는 순간 40년여년전 서 선배님을 처음 만난 일이 떠 올랐습니다. 1980년으로 기억되는데 서 선배님이 국세청 간세국장으로 계실 때 찾아 뵌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제 업무와 관련한 한 가지 건의를 드리면서 과연 이 건의가 잘 받아들여질지 가슴을 졸였는데 선배님이 바로 긍정적이고 빠른 판단을 해 주셔서 큰 감명과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4개의 코카콜라(Coca-Cola) 보틀러(완제품 생산 및 판매회사)가 있었는데 저는 그 중 부산, 경남, 제주 지역에 사업권을 가진 우성식품㈜에서 경리·기획담당 부서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4개 회사 중 저희 회사가 캔 제품을 대량 자동 생산하는 설비를 가장 먼저 도입했는데, 당시 캔 제품에는 특별소비세를 납부했다는 납세증지를 붙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캔에 종이로 된 납세증지를 붙이다 보니 2가지 커다란 애로점이 발생하여 저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었습니다.
애로점의 하나는 생산설비의 제조능력은 1분당 500캔으로 매우 빨랐는데(기관총 발사 속도가 500~700발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임) 납세증지는 기계가 자동으로 부착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1시간쯤 생산한 후에 기계를 세우고 전 직원과 아르바이트 아줌마들이 달려 들어 일일이 손으로 증지를 부착해야 했습니다. 또 하나의 애로점은 이 제품이 시장에 나가 냉장고통(당시 냉장고는 물통에 찬물을 담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에 넣었다 꺼내면 증지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증지가 떨어져버리면 질 나쁜 소비자는 증지 안 붙이고 팔았다고 협박을 하고, 세무공무원이나 세무당국에서도‘증지 미첩부’라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비효율과 어려움이 극심했었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무서에 건의도 하고 지방국세청에 가서 브리핑 차트로 설명도 했지만 그 문제는 자기들이 결정할 수 없다 하여 그렇다면 본청에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담당자들은 “일제시대부터 주류제조업자는 당연히 탈세하는 것으로 인식돼 주세를 부과할 때는 모든 것을 일단 불신하고, 통제,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금 음료수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도 주세에 준해 관리하니 증지첩부를 면제하는 것은 어림도 없다. 지방청으로서는 권한도 없고, 본청에 건의해 봐야 안될 것이니 쓸데없이 수고할 필요 없다. 아예 포기하라.”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부산 서울상대총동창회와 서울대총동창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덕분에 제가 잘 아는 서울상대선배님을 통해 서영택 간세국장님을 찾아 뵐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건의 드린 요지는,
1. 캔 납품회사가 대기업 2개뿐이니 납품수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캔 판매량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병제품에는 납세증지를 첩부하는 대신 납세왕관을 사용하는 제도가 이미 도입되어 있는데 캔도 다를 바 없다. 생산량을 더 확인하려면 납품수량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코카콜라 원액량과 설탕 사용량도 확인 가능하다.
2. 캔 제품 제조기계에 “자동계수기”가 달려 있다. 회사를 못 믿으면 자동계수기를 세무당국에서 “봉인”하여 확인하면 생산량 파악이 간단하고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제 설명을 들으신 서 선배님께서 배석한 참모들에게 하신 말씀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국가행정, 세무행정이 민간기업의 경영이나 관리시스템, 혁신 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건의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니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 조치하라.” 이후 약간의 시간은 걸렸지만 저희 회사는 캔 제품 생산업체로는 국내 최초로 ‘납세증지첩부면제승인’을 받아 큰 애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 회사를 사례로 다른 캔 제조 음료회사나 맥주회사들도 같은 대우를 받아 수백억원의 경비절감을 가져오고 세무당국도 아주 쉽게, 확실히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날 서 선배님 방을 나서면서 조금은 건방진 덕담의 인사를 드렸었죠.
“선배님! 고맙습니다. 선배님 같으신 분이 국세청장이 되셔야 나라가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제가 10여년 동창회 총무일을 보면서 선배님들 모신 경험으로 보
아 틀림없이 되실 것입니다.” 제가 드린 말씀 그대로 서 선배님은 국세청장과 건설부장관까지 하셨고 공직자로서 여러 직으로 국가에 봉사하셔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셨습니다. 서울상대를 빛내 주신 서 선배님께 이 지면을 통해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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