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발전의 원동력은 "한민족DNA"

끈질긴 생존본능, 승부사 기질, 강한 집단의지, 개척자 근성이 그 특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로 GDP 성장률은 3%, 민간소비 증가율은 7% 이상 낮아지고, 고용은 약 46만 명 감소한다는 분석이 있다. 국내 전체 경기는 지난 2020년 2분기을 저점으로 회복 중에 있으나 고용과 민간소비, 서비스생산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예술∙스포츠, 음식∙숙박 등 대면(對面) 서비스 업종은“사회적 거리두기”로 극심한 불황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휴∙폐업 사태, 소득 양극화, 청년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경영 73학번)은“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한 특질(DNA)이 있다. 이 엄혹한 시기에 적응하고 다시 도약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민족 DNA를 발현시키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였다. 김 동문은 행정고시 23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2005년 동차관보, 2006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2008년 재정경제부 제1차관, 2011~2013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지평의 고문과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있다. 일찍이 그는 고대사 연구에 심취하여 장기간 한민족의 기원을 추적해 왔으며, 2018년 12월에는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유라시아 대륙에 제국을 건설한 기마민족의 역사에서 한민족의 DNA를 찾고, 나아가 우리 안의 세계 경쟁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본보에서는 10월 3일 개천절을 앞두고 김석동 동문과 대담을 나누었다.

위원장님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2018년 12월에 <한민족 DNA를 찾아서>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평소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다지요?

예, 원래 희망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려 했었지요. 저에게 역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지의 영역을 향해가는 매력적인 탐구의 길이자 동시에 현재에 대한해석과 판단의 가늠자, 그리고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개념의 영역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민족사적으로 볼 때 역동적인 역사의 흐름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돌아봄으로 미래의 해법을 생각해 볼 때죠. 저는 공직자로 일하는 30여년 간 역사에 항상 관심을 갖고 역사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한민족의 고대사를 연구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국가 경제정책의 현장에 있으면서 기적과 같은 현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과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분석해 왔습니다. 16세기 중상주의시대 이후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등장했던 어떤 나라에 비해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성취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으며“기적”외에는달리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은 단순한 인력ㆍ기술ㆍ자본등 GDP 구성요소를 뛰어넘는“해외에서 승부하는 전략”,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한민족DNA”에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한국인은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왔나, 고대로부터 주변 민족과 어떻게 교류ㆍ협력하며 살아왔는지 등 한국인의 본질적인 모습을 규명해 보고자 고대사 연구에 매진하게 됐지요.

연구활동은 어떻게 하셨으며, 답사하신 지역은?

저는 한민족역사 전반에 관심이 있습니다만, 특히, 학계의 연구가 취약한 고대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많은 사서들과 연구논문 등을 읽었고, 또 여러 분야의 역사학자들과도 교류하면서 연구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저는 한민족 고대역사는 한반도와 만주지역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초원과 실크로드 등에서 살아온 민족들과 교류, 협력하면서 광범위하게 전개되어 왔다고 보기 때문에 이 지역들에 대한 탐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주요 탐사지역은 만주(동북3성)ㆍ내몽골자치구ㆍ연해주 등 고대역사지역, 하북성ㆍ감숙성ㆍ신장위그르자치구ㆍ중앙아시아ㆍ터키 등 오아시스 실크로드 지역, 몽골고원, 알타이 산맥, 카자흐초원 등 초원 실크로드, 중부유럽ㆍ발칸반도ㆍ이집트 등 아시아 기마민족이 역사를 써 내려온 현장 등 무수히 많은 곳을 답사했지요. 더 깊은 연구를 위해 남미, 그리고 미래의 역사를 열어갈 북극까지도 탐사한 바 있습니다.

한민족이 북방 기마민족의 기원이라고 하셨는데…

한민족의 시원(始原)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있으나 대체로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몽골고원, 바이칼 일대, 만주 등지를 거쳐 한반도로 이동해 온 북방계와 유라시아 대륙 남부를 통해 한반도에 들어와 살던 남방계가 함께 섞여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전자분석을 통해 분석한 결과 70%가 북방계라고 합니다.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중국 북방, 내몽골, 발해만 일대, 만주, 한반도 등 광대한 영역에 걸쳐 있었고, 단재 신채호 선생이 밝혔듯이 한민족역사에서 분파된 흉노ㆍ선비ㆍ돌궐ㆍ몽골ㆍ여진 등의 기마군단은 2500여년간 세계사를 써내려 온 바 있습니다. 이 고조선 북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반도로 이주해 오늘날 대한민국까지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지요.

연구 결과 한민족에게는 어떤 기질(DNA)이 있다고 보셨는지요?

역사를 통해서 보면 한민족-한국인은 굉장히 특별한 존재이지요. 저는 크게 4가지로 그 특징을 요약해 봤습니다. 첫째, 끈질긴 생존본능입니다. 한국인들은 어려울 때 일수록 더 강인해집니다. ‘하면된다’는 독특한 신념으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임이 역사 속에서 증명되고 있지요. 둘째는 승부사 기질입니다. 한국인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쟁을 토대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가장 빨리 체득한 바 있습니다. 셋째,‘ 우리’라는 강한 집단의지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은 리더십이 확립되면 집단목표에 돌입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존재들입니다. 넷째, 개척자 근성입니다. 전세계 가장 많은 나라에 진출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입니다. 경제개발과정에서 일찍부터 전세계를 무대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해 오고 있죠. 이런 기질들은 용감하고 영리하다는 특징으로 요약되지요. 바로 유라시아 대초원의 엄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기마민족 - 초원제국 전사들의 DNA를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DNA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힘이 되었다지요.

우리는 세계에서 승부하는 경제개발전략을 선택했고, 이것이 한민족 DNA와 결합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폭발시키게 되었지요. 이러한 DNA요소가 아니면 대한민국 현대경제의 기적을 설명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끈질긴 생존본능, 승부사 기질, 강한 집단의지, 그리고 개척자 근성은 한국인을 세계무대에 서게 했고 또 성공으로 이끌어서 대한민국 경제를 반세기 만에 세계 10大 국가 반열에 올려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코로나 19사태와 기타 구조적인 문제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습니다. 우리 민족의 DNA라면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지금 우리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어렵습니다. 세계는 80년대 초 이후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공급을 지속해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고, 이후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사태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과잉유동성과 버블로 위험한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ㆍ중 패권 전쟁, 중국경제의 구조불안, EU경제침체, 신흥국 금융불안 등 곳곳에 뇌관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경제는 가계부채ㆍ부동산버블, 저출산ㆍ고령화, 경제양극화ㆍ갈등구조, 산업경쟁력 저하, 청년실업ㆍ고용절벽 등 산적한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 입니다. 한민족 DNA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 빛이 납니다. 교범 없이 즉, 따로 배우지 않더라도 살아남게 설계된 DNA라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 강해지는 DNA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지요.

기업이 경제성장과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기업활동을 왕성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 있으시다면…

지난 반세기의 역사가 웅변하고 있는 대로 우리 기업들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무대에서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았고 세계 속에서 성장해 왔으며, 우리 기업들이 일구어 낸 성과는 지금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나 보호막이 결코 아닙니다.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영위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즉, 규제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손ㆍ발 묶는 규제를 혁파하면 대한민국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돌파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북아에 위치하면서 인접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입니다. 미ㆍ일ㆍ중ㆍ러 4????국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지구상 단한 곳이며, 대륙세력인 중ㆍ러와 해양세력인 미ㆍ일이 각각 해양과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의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한편, 한반도는 세계 거대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하며 한국과 미ㆍ중ㆍ일은 세계 500대 기업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는 거대한 세계물류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곳입니다. 시베리아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과 일본철도(JR)를 한반도종단철도(TKR)로 연결하는 유라시아 대철도망의 중심이며 지금 활발히 개척되고 있는 북극항로의 기점입니다. 북극이 녹고 있어서 북극항로가 개척되고 있는데 이 항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게 되며 기존의 수에즈운하를 통한 항로보다 30%이상 시간, 비용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지정학적인 여건을 가진 한반도에서 한민족 DNA가 발현된다면 미래에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지난 반만년의 기간을 돌이켜보면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민족은 역사ㆍ문화ㆍ언어ㆍ정서 등에서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남북한이 갈라진 것은 불과 70여년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일될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하나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해나가야 하는 민족의 과제이자 숙명입니다. 기적의 경제로 일으킨 대한민국은 북한의 상응한 노력을 전제로 하여 국제기구 등을 통해 세계와 함께 경제개발을 지원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을 감안할 때 남북한과 미ㆍ일ㆍ중ㆍ러가 협력하여 거대한 생산물류거점을 한반도나 인근지역에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가 국제협력을 통해 지금의 위기국면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사 연구 이후 다른 새로운 관심사항이 있으시다면?

그 동안 매년 많게는 10차례까지 해외탐방을 해왔는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시간여유가 있어‘한끼 식사의 행복’이라는 책을 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7쇄를 찍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단골식당을 중심으로 한끼에 1만원 내외의 저렴하지만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가게 165곳을 골라봤어요. 우리주변에는 수수하지만 한 끼를 훌륭히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고 또 어려운 때에 식당을 경영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고대사연구와 함께 앞서 말씀 드린 세계가 협력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바쁘신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