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호]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경영 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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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는 대립·투쟁의 관계에서 협력·상생의 관계로 나아가야”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지난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를 통과하여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날 의결된 노동이사제는 우선 공공기관에서 노동조합 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해 발언권·의결권을 가지면서 기관 내부감시와 견제임무를 수행하고 경영의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현재 문성현 동문(경영 29회)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 위원장은 1980년 동양기계에 입사하여 후에 동양기계가 ㈜통일에 합병된 후 동사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1988년에는 경남노동자협의회 의장, 1993년에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1999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2000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2006년에 당 대표가 되고, 2011년에는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와 통합하는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했다. 그 후 민주노동당이 분열될 때 탈당하여 2012년 제18대 대선과 2017년 제19대 대선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 당선후인 그 해 8월에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되었다. 노사정위원회는 그후에‘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명칭을 바꾸었다.
본보에서 최근 문성현 위원장과 대담을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우선 경사노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경사노위는 경사노위법에 의해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임금, 고용, 산업안전, 노사관계와 같은 노동의제와, 사회안전망, 양극화 등 사회경제의제들에 대해 협의하는 기구입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경사노위의 전신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노사정위원회는 1997년 외환위기 때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면서 민주노총이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출신인 저를 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민주노총도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희망했습니다.
이 때 민주노총의 요구로 명칭이 지금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뀌었지만 그 후 에도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경사노위에는 경총이나 노총 외에 지금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소상공인이나 청년, 여성, 비정규노동자 대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노사간에 이해가 달라서 입장 차이를 조율하시기가 매우 어렵겠습니다.
의제의 대부분이 노사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노동시간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반대하고, 탄력적 운용에 대해서는 노조가 반대합니다. 결론은 노동시간은 줄이되 운용은 탄력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노조나 사용자 모두 각자의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좁혀 나가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절대 필요합니다.
이번에 노동이사제가 통과된 데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초기의 노사관계는 대립, 갈등, 투쟁의 관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성과도 쌓이게 되고 한 때 절박했던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의 요구도 안정화됩니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에는 자연히 연대, 협력, 상생의 관계가 필요해지고, 이러한 관계에는 바로 노사간의“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노사간의 신뢰는 사용자의“투명한 경영”과 노동조합의 “생산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노동이사제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립, 갈등의 노사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노동이사제에 대한 우려와 오해가 있겠지만 연대, 협력의 노사관계를 희망한다면 노동이사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경영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번에 합의한 노동이사제는“공공기관 운영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 단체는 이 제도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이 문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닙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국회 입법 과정을 지켜보고, 또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실제 운용되는 사항을 점검하면서 노동이사제가 연대, 협력, 상생의 노사관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대립, 갈등, 투쟁의 도구로 활용된다면 이 제도는 뿌리를 내리기 힘들 것입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된 동문들이 많은데 노동운동을 하시게 된 이유는?
저희 71학번들이 상대에 입학할 당시는 민주화를 위한 데모와 휴학으로 1년을 온전히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 저는 고시를 봐서 공무원이 되거나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가 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노동자 전태일(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헌신하다가 1970년 분신)의 일기장 사본을 읽고 나서는 이제 그의 친구가 되어 노동운동을 해야겠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우리 상대에는 과거에도 노동운동을 해 야 한다는 흐름이 있었고 여러 선배들께 서 이미 그 길을 걸으셨던 터였습니다. 고 김근태, 장명국, 김승호, 김문수, 이원덕 선배들, 그리고 동기로는 고 최한배, 정금채, 이목희, 노진귀, 임상택 등이 그러했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구속도 여러 번 되셨다지요?
저는 노동조합을 하면서 1985년부터 2001년까지 6차례 구속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대를 다 거쳤습니다. 제가 구속되었을 때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을까? 나이 70이 되어 돌이켜 보니 죄송한 마음 한량 없습니다.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신 것도 그 때였지요?
1985년 ㈜통일 노조위원장을 맡고서 구로동맹파업에 참여했는데 그 때 첫 구속을 당했어요. 그 때 노무현 변호사님이 제 변호를 맡아 주셨습니다. 저와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지요. 그 분이“문위원장은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 가지 않고) 왜 노동운동을 하게 되었습니까?”라고 묻기에“전태일 평전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바로 면회를 오셔서 “내가 이 책을 진작 읽어 봤으면 나도 노동운동을 했을 텐데, 이제는 전태일의 친구가 되어서 평생을 노동자와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오랜동안 가까이서 또 멀리서 함께 동지로서 살아 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선 되시기 전에 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하셔서 “문위원장, 나 대통령 된다, 민주노동당에는 문위원장 말고도 사람들이 많은데 나 좀 도와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노동운동가로서 대의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 때 말씀을 따랐다면 노무현 정부 초대 노동부장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1989년 마산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다가 세 번 째 구속이 됐는데 그 때 문재인 변호사님께서 변론을 맡아 주신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 후 2012년에 문 변호사님이 운명처럼 정치의 길에 들어 섰을 때, 저는 과거 노무현 변호사님께 못다한 보답을 이제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의리 하나로 2017년에도 그분 캠프에서 일을 했고, 그 인연으로 지금 문대통령의 위촉을 받아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활동하신데 대한 소회는?
제가 2017년 9월에 위원장으로 위촉되었으니 이제 3년 반이 지났습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세월이었습니다. 민주노총참여와 노동시간 탄력적 운용, ILO 기본협약을 둘러 싼 논의는 하나하나가 피를말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나 중소·자영업자들이 입은 타격에 대한 노사정의 대응도 절실한 상황을 거쳤습니다. 결과적으로 협의의 성과는 입법화되었고 경제위기에 대한 노사간의 절제된연대·협력·합의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서울상대 동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노동운동을 하게 된 것이 저 하나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라 우리 상대에 면면히 흘렀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나 우리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인 노사간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제가 꼭 감당해야 할 책임, 아니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대·협력·상생시대의 노사관계의 방향에 대해 후배들에게 살아 있는 증언을 하겠습니다.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여러 동문들과 함께 시대적 소명을 다 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바쁘신 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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