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호] 서울대 개교 75주년 기념공연 <리어왕> 대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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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이순재(철학 54학번) 주연, 기획·제작 윤완석(경제 73학번) 


서울대 총동창회 산하 관악극예술회(관악극회, 회장 윤완석)가 기획·제작한 연극 <리어왕(King Lear)>이 지난 10월 3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세익스피어의 명작이 무대에 오른 데다 원로배우 이순재가 주연을 맡는다는 소식에 개막하기도 전에 전회 매진, 객석 3층 뒷자리까지 다 팔렸다. 개막 후에도 이 연극은 장안에 화제가 되었고 각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이 때문에 11월 21일 폐막 후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연장 공연하고 있다. 연장 공연 역시 전 좌석 매진되었다.


이번 공연은 관악극회 창단 10주년 기념 겸 이순재 동문의 연기 인생 65주년 헌정 작품이기도 하다. 연극 포스터에도 <이순재의 리어왕>이라고 적혀 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리어왕’은 늙은 왕이 세 딸의 효심(孝心)이 어떠한지를 시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큰 딸과 둘째 딸의 아첨에 속아 영토를 나누어 주고, 그저 “자식으로서 효성(孝誠)을 다할 뿐”이라고 진실되게 말하는 막내딸은 국외로 추방해 버린다. 진실과 가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지 못한 리어왕은 결국 배신당해 궁전 밖으로 쫓겨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황야를 헤매면서 두 딸을 저주하며 미쳐간다.


이 작품은 삶의 비극과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담아낸 걸작. 오만함과 분노에 눈이 가려져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 연로한 왕의 어리석음과 그 어리석음이 초래한 갈등과 혼란을 다룬다. 행복한 은퇴를 꿈꾸었던 리어왕이 왕관을 내려놓은 후 겪게 되는 처절한 비극과 힘겨운 여정을 통해 권력 앞에서 자취를 감춘 진실의 가치를 조명하고, 나아가 인간 본연의 냉혹함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리어왕 역을 맡은 86세의 노(老)배우 이순재는 3시간 넘는 러닝타임 내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극을 이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야로 쫓겨난 뒤 리어왕이 헝클어진 머리와 공허한 눈빛으로 내뱉는 독백이 압권이다.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아, 이 모진 폭풍을 어떻게 견뎠는가. 이런 일에 난 너무 소홀했다.”

자신이 가엾은 처지에 놓인 뒤에야 리어왕은 군림하는 리더십이 잘못된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가난한 이들의 고충을 함께 안고 가는 것이 통치자가 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


“정치도 칭찬이나 아첨에 휩쓸리지 말아야”

이순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늙을수록 칭찬을 좋아하는데 리어왕도 그러다 속아 넘어갔다”며“정치도 매한가지다. 칭찬이나 아첨에 휩쓸리지 말고 아프지만 정직한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어왕은 한국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지만, 원전 그대로 공연된 적은 거의 없었다. 원전을 줄여서 약 2시간 정도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관악극회는 리어왕 희곡 중 정전본(正典本)을 연출가가 직접 새로 번역해 원본에 담긴 운문과 산문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이에 따라 공연 시간도 인터미션(15분) 포함 약 200분에 달하는 대작 연극을 탄생시킨 것이다. 


관악극회에서는 윤완석 회장의 기획·제작으로 매년 10월 15일 전후에 서울대 개교기념 정기공연을 개최해 왔다. 그 동안에는 배역과 스탭 모두 서울대 출신들이 맡았으나 이번 공연은 대작답게 예술의 전당에 무대를 꾸미고, 외부 연기자들도 다수 참여시켰다. 서울대 출신으로는 최종률, 박용수, 김인수, 이석우, 최기창, 김승주, 오정연, 박재민, 지주연, 박영주, 염인석, 이현석, 황현주 등 연기자가 출연했고, 외부에서는 소유진, 이연희, 서송희, 유태웅, 권해성, 임대일 등 유명 배우들이 무대에 섰다. 서울대 출신 중 상대동문으로는 박재민(경영 02학번,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 에드가 역), 박영주(경영03학번,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 에드먼드역)이 출연하고, 스탭으로서는 김은자(경영 83학번) 동문이 기획(재무)을 맡고 있다. 박재민 동문은 특히 정기총회 겸 신년하례회에 사회를 맡아 분위기를 흥겹게 띄워 주기도 했다. 


연극 <리어왕>은 이 시대의 삶과 닮은 점이 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현우는 “셰익스피어가 이 극을 쓸 때 흑사병이 만연했다. <리어왕>에는 유난히 전염병에 대한 대사가 많이 나온다. 전염병 시대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없는 분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갔다. 귀족 계급이 아닌 셰익스피어 역시 이런 분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이 전염병 시대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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